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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숲을 찾아서54

부자의 기준 세계 일주를 한다며 한 바퀴 돌아오면 자산이 줄어들기는커녕 불어나 있는 그런 부자도 있고요 오늘 하루 후회 없이 멋지게 보내고 단잠을 자고 나면 또 새로운 날들이 기대되는 그런 부자도 있지만 나싱그리 시 인사가 '부자 되세요'로 시작하는 그런 세상 부자 신드롬을 아시는지 물질적인 또 정신적인 부자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2024. 4. 14.
반지 신혼 시절 한동안 손가락에 끼웠던 다이아가 박힌 금반지 아내의 성화에도 당기지 않는다는 핑계로 헤어진 그 반지를 잊고 살았는데 삼십여 년을 지나서도 눈에 선한 반지 몇 해 전부터 집안 구석구석 아무리 뒤져 봐도 반지가 없다 아뿔싸, 반지는 주인에게 한 마디 귀뜸도 없이 어디론가 도망친 걸까 정 없는 내가 그렇게 싫었을까 이미 남의 손에 닿아서 숫자로 변했을까 나싱그리 시 엄연히 내 소유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정을 붙이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2024. 3. 24.
원래 더러워 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엿들은 코미디 화면은 상상에 맡기고 목소리만 재생합니다 "언니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어때서?" "찡그린 듯 해서 말이야." "아 내 얼굴 원래 더러워." "원래 더럽다? 으하하 언니는 참 넉살도 좋아!" 나싱그리 시. 짜증이 날 법도 한 시장에 갔다가 코미디를 접한다. 듣고 보니, 얼굴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생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다. 2024. 3. 19.
동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리움 찾아 삼만리 그 옛날 술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숨바꼭질을 하다가 숨어든 빈 항아리 세상과 단절된다 숨죽이며 하는 혼잣말 "나 여기 있지." 못내 심심해서 하는 말 "나 찾아봐라."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독 안에 든 유년 내 안의 동심童心! 나싱그리 시. 어른을 위한 동시를 가끔 생각한다. 그리움 찾아 삼만리 항아리를 떠올리며 내 안의 동심을 찾아낸다. 2024. 3. 13.
생일 번호표를 빼 들고 호명을 기다린다 딩동! 거실에 들어서는 반가운 피붙이들 눈길을 주는데 영, 반응이 시원치 않다 "아가야 까꿍!" 선순위는 손녀다 오늘은 어르신의 생일이건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축하 인사가 늦어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거든다 "얘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나 봐요." 나싱그리 시. 주위의 살아가는 얘기를 처음엔 짧은 시로 멋지게 써 보려 했지만 그게 더 어렵다. 그러려면 기막힌 유머나 번득이는 풍자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2024. 3. 10.
목걸이 모파상 선생! "지금 내 목에 두른 이 진귀한 목걸이 보이나?" 사람들 두 눈엔 여전히 빈손만 어른거리는데 무슨... 안데르센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활짝 웃으며 하는 말 "가상 화폐로 줄줄이 엮은 이 값진 목걸이 잘 보이냐 말일세" 나싱그리 시. 나훈아 가수의 흉내 좀 내볼까 '소크라테스 형' 대신 '모파상 선생'을 불러 본다. 요즘 가상화폐로 줄줄이 엮은 목걸이를 연상하며 혼자 웃는다. 진짜일까 환상일까.... 물론 투자는 하지 않는다. 2024. 1. 21.
접기로 한다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 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박영희 시인의 시. 결혼식에서 접하는 주례사에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서로 상대를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 이는 부부 사이를 너머 가족과 이웃에도 해당된다. 세상을 살며, 펴야 할 때가 있지만 때로 접을 줄 알아야 거기에 비로소 평화가.. 2023. 12. 4.
11월의 기도 11월에는 무언가 그리운 일이라도 있다는 듯 살 일이다 ​ 지나온 여름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떠나간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 11월에는 누군가 사랑할 사람이라도 있다는 듯 살 일이다 ​ 사랑은 종종 이별로 지고 단풍은 언제나 낙엽으로 지지만 ​ 11월에는 어디선가 따뜻한 커피라도 끓고 있다는 듯 살 일이다 양광모 시인의 시.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 빠져 버린 머리카락들 오늘따라 머리가 휑한 느낌 어느덧 올해도 11월, 날씨가 추워서일까 근심이 가라앉지 않고 의욕은 떨어진다. 감각도 무디어지는 것 같다. 양광모 시인처럼 기도라도 해 봐야겠다. 2023. 11. 16.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박용재 시인의 시 인생에 사랑이 없다면 인생을 헛되게 보냈다면 그저 메마른 삶이 아닐는지 그렇다면 그만큼은 진정 인생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인생에 사랑이 있다면 인.. 2023.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