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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3

장지葬地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또 하나의 생과 이별하고 있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장지葬地에 모여든 사람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천막 안에 앉거나 서서 급하게 차려진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겼고 생계를 책임진 한 가장家長은 심술 난 바람에 천막 폴대를 굳게 잡고는 놓지 않았다 여느 해처럼 그렇듯 주변에선 마른 도깨비바늘들이 스치는 옷깃에 달라붙어 다시 시작할 곳을 찾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비록 스산하지만 머지않아 봄은 찾아들 것이고 그러면 이곳에도 새싹은 돋고 이름 모를 들꽃도 피어나겠다 나싱그리가 쓴 '장지葬地에서'란 작품이다. 이별하는 슬픔은 잠깐이다. 유족이 아니면 더 그럴 것이다. 장지에서조차 삶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자연은 우리에게 지혜를 일깨운다. 2023. 3. 17.
장례식장에서 오래전 식장에서 한 추기경이 추모사를 했다 그는 이 세상에 나약한 인간으로 왔다가 용서가 되는 하나님 곁으로 갔다 이제 돌아간 그는 더 이상 힘센 독재자가 아니다 그제는 식장을 지나다가 한 과학자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더도 덜도 아니고 지하 2미터 아래, 흙으로 갔다 그런데 여긴 아름다운 별이다 단지 그걸 모르고 갔다 이곳에선 주검이 된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 빈소에서는 조문을 온 철학자가 있어 떠난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는 내 마음속에 아직 살아 있는 친구 자네는 뭇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인 어디서라도 마음이 기억하는 한 사라지는 것은 없다 나싱그리의 '장례식장에서'라는 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하나님 앞에서는 예외 없이 한 명의 인간일 뿐이고 물리적인 시각에서 보면, .. 2023. 1. 3.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짧고 쉬운 일상어를 쓰면서도 감동이다. 죽음에 대한 소탈한 달관이다. 인생에 대한 따듯한 사랑이다. 시는 본래 감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니, 어려운 것이 아니어야 한다. 2022.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