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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텃밭48

작은 영웅 지금 시대는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지만 저 삶의 공간을 활개치는 개구리를 보라 누구에게든 어려웠던 올챙이 시절은 있기 마련 오늘은 또다시 세계로 우주로 비상하는 작은 영웅이라는 꿈을 먹고 자란다 인생은 짧아서 이제껏 많은 사람들이 한 시대를 스쳐갔지만 여전히 세상은 넓고 서로에게 할 일은 많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해와 달은 바로 우리의 편 다가오는 미래를 별들의 고향으로 안내한다 나싱그리 시. my little hero, 뜨는 건 순간이다. 포천이라는 개천에서 작은 영웅이 되어 날아오른다. 얼마 전 우주 발사도 성공적이었다. 우리들의 미래가 별들의 전쟁이 아닌 별들의 고향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3. 6. 17.
술래잡기 까치는 까치와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고양이는 고양이와 가깝게 어울려야 하는 건 아니다 동화에나 튀어나올 법한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고양이 뒤꽁무니를 까치가 쫓으면 고양이가 힐금힐금 까치를 뒤돌아본다 1대 1이다 이번에는, 까치가 나뭇가지를 타고 옮겨 앉으며 울음소리를 내는데 고양이가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역시 1대 1이다 1대 n 또는 n대 n이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랐을까? 나싱그리 시. 국적이 달라도 이해관계가 달라도 사람이 1대 1로 만난다면 서로 사이가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왜 단체로 모이면 대다수가 으르렁댈까 까치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술래잡기를 보면서 생각이 깊어진다. 2023. 6. 11.
야생화 크로키 애써 가꾸지 않아도 너는 핀다 찾아 나서야 비로소 너는 웃는다 찾아 나서는 우리네 마음 골짜기에 터 잡고 웃는다 네 웃음엔 소리가 없다 네 웃음엔 꾸밈이 없다 나싱그리 시. 애써 가꾸지 않아도 피어나는 야생화. 찾아 나서야 비로소 웃어 주는 야생화. 그 야생화에 대한 느낌을 마음의 도화지에 크로키해 본다. 2023. 6. 6.
조선닭 희미한 기억 속을 닭이 운다 그랬다 시도 때도 없이 의미도 없이 울었다 가끔은 해가 중천에 솟은 한낮에도 울었다 누군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닭이 마냥 운다고 해서 새벽이 다가오는 건 아니다 닭은 자신의 한계를 안다 지조를 지키는 닭은 다만 제때 울어서 잠에서 덜 깬 사람들에게 새날이 밝아오는 걸 알려줄 뿐 나싱그리 시. 닭은 이제 내 희미한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도처에 보이는 것은 치킨과 생닭 등.. 구미는 당기지만 더 이상 내 시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이번엔 시제를 '조선닭'이라 붙여본다. 우리에게 토종닭이 되는 조선닭이라 더 느낌이 와닿는다. 2023. 6. 5.
백담사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더 많이 돋아나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이성선 시인의 '백담사'. 산사에 저녁이 찾아와 그림자가 드리우니 마당에 삼라만상이 자리해 있다. 아마도 마음 마당이 아닐까 싶다.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빗자루질을 한다. 일이 아니라 수행이 된다. 2023. 6. 4.
빈집 울타리에 호박꽃이 피었고 사립문 거적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안 갔다는 표시였다. 옛날엔. 그런 날이면, 들판을 지나온 바람이 대청마루에 누웠다 가곤 했다. 뒤꼍엔 말나리 피었고 방문 창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갔다는 표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표시다. 지금은. 오늘 아침엔, 억수장마를 따라온 황토물이 사흘을 묵고 떠났다. 윤제림 시인의 '빈집'이라는 시. 어느 시골 마을 풍경으로 떠나온 우리네 고향을 떠올려도 될 거 같다. 자고로 집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한쪽에서는 집 때문에 난리고 또 한쪽에서는 사연 있는 빈집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2023. 6. 2.
오늘 하루 오늘 하루 정작 웃지 못했다 일상을 쪼개서 웃는 순간으로 할애하지 못했다 찰리 채플린이 감히 내 인생에 참견을 했다 웃지 않으면 진 거야 당신 실수한 거야 인정하기 싫겠지만 당신 오늘 하루 허투루 산 거야 나싱그리 시. 웃음은 삶의 청량제랄까 나의 인생에 웃음이 없다면? 당신의 인생에 웃음이 없다면? 웃음이 없는 인생이라..... 상상하고 싶지 않다. 2023. 5. 29.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켜본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줄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이전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정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守默然後知平日之言躁 省事然後知平日之費閒 閉戶然後知平日之交濫 寡欲然後知平日之病多 近情然後知平日之念刻 중국 명나라 때 진계유陳繼儒의 '뒤에야'然後 라는 시입니다. 우리네 인생, 지난 일을 뒤돌아보면 참으로 아쉬운 점이 많고...... 그래서 뒤늦게 깨닫는 바도 있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인데요. 일찍이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하루 세 번 뒤돌아본다는 삼성三省을 이야.. 2023. 5. 27.
우리 동네 우리 동네 고당리는 산이 높아 해님도 힘들다고 쉬엄쉬엄 느지감치 올라온다네 우리 동네 고당리는 골이 깊어 햇빛도 바쁘다고 서둘러서 집으로 가버린다네 우리 동네 고당리에 햇살이 환하게 웃어주면은 계곡물은 좋아서 별처럼 반짝거리네 내 마음도 좋아서 환한 웃음이 나네 해님이 가버리면 달님이 와서 캄캄한 계곡물을 하얗게 비추어주네 우리 동네 고당리는 산들산들 나무들이 모여 살고 숲 속에는 새들이 지지배배 노래하네 물 맑은 골짜기마다 옹기종기 사람들은 장독대처럼 모여 산다네 된장찌개처럼 구수하고 맛나게 살아간다네 깊고 깊은 산골짜기 우리 동네 고당리 행복한 동네 해님, 달님, 계곡물, 나무, 새, 나, 너, 우리 모두 모여서 행복하다고 노래 부르네 완주 한글교실 양덕녀 님의 작품. 행복이 넘치는 '우리 동네' 풍.. 2023.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