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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빈집

by 하늘텃밭 2023. 6. 2.

울타리에 호박꽃이 피었고

사립문 거적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안 갔다는 표시였다.

옛날엔.

 

그런 날이면, 들판을 지나온 바람이

대청마루에 누웠다 가곤 했다.

 

뒤꼍엔 말나리 피었고

방문 창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갔다는 표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표시다.

지금은.

 

오늘 아침엔, 억수장마를 따라온

황토물이 사흘을 묵고 떠났다.


윤제림 시인의 '빈집'이라는 시.

어느 시골 마을 풍경으로 

떠나온 우리네 고향을 떠올려도 될 거 같다.

자고로 집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한쪽에서는 집 때문에 난리고

또 한쪽에서는 사연 있는 빈집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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