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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백담사

by 하늘텃밭 2023. 6. 4.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더 많이 돋아나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이성선 시인의 '백담사'.

산사에 저녁이 찾아와

그림자가 드리우니

마당에 삼라만상이 자리해 있다.

아마도 마음 마당이 아닐까 싶다.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빗자루질을 한다.

일이 아니라 수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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