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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5

살다 보면 살다 보면 배당 받는 삶이 편해지는 나이가 된다 술 한 잔 마시면서도 한 방 욕심은 거둔다 매달 한 번 그렇게 배당을 기다리는 삶은 소확행이 된다 살다 보면 드라마를 보는 삶이 재미있는 나이가 된다 차 한 잔 마시며 일일 드라마를 본다 몰아서 보지 않는다 매일 한 편씩 내 앞에 펼쳐질, 일상의 드라마를 기대한다 살다 보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축복이 되는 나이가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올해도 봄날은 온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시나브로 건강이 따라온다 정상에 서 보겠노라 무리해서, 높아진 산에 오르지 않는다 나싱그리 시 누구 시였드라, 이와 비슷한 시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이근배 시인의 시였군요.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2024. 2. 24.
원초적 행복 나이 들수록 잘 먹고 잘 싸고 잠 잘 자는 삶을 맘껏 누리는 것 해마다 봄이 오면 뽐내는 꽃향기에 젊은 연인으로 돌아가 황홀한 스킨십을 즐기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마음에 와닿는 음악을 틀어 놓고 감미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 이 세상이 부여한 어떤 가치 있는 삶의 의미보다 당신 뇌의 가벼운 전율을 받아들이는 것 나싱그리 시. 행복이란 무엇일까 헷갈릴 때가 있다. 일찍이 가치 있는 삶이 행복으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진화의 산물, 원초적 행복을 생각해 본다. 2023. 12. 8.
나도 그들처럼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백무산 시인의 작품. 원시 이후,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 난무하는 것은.. 2023. 5. 18.
쑥대밭 여기는 쑥의 나라 이른바 쑥들의 전성기 밭갈이 않고 묵혀 둔 밭을 쑥의 무리들이 은근슬쩍 주인인 양 점령하고 있다 사람들이 한눈판 사이 마음껏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뜻을 제대로 새겨야 하는데 본래 의미를 변질시켜 아무 생각도 없이 덤터기를 씌운단 말야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모두 같이 사는 세상인데 오로지 본인만 챙기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지 내 삶의 터를 감히 쑥대밭이라니 나싱그리의 '쑥대밭". 인류세에선 지구촌 전체가 사람 중심이다. 자연은 종속된 부속물일 뿐. 쑥대밭은 쑥들의 치열한 삶의 터이겠지만 사람들에겐 한낱 쓸모없는 방해물이라는 생각에 입장을 바꿔 시를 써보았다. 2022. 12. 25.
산책 예찬 기지개를 켜며 눈뜨는 가로수를 따라서 하늘을 하얗게 수놓는 뭉게구름을 보면서 그렇게 자연의 연인이 되어 나란히 길을 걷는다는 건 삶을 사색하는 것이다 처음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잠시 일상을 훌훌 벗어 버리고 나만의 시간과 휴식을 위하여 혼자 산책을 나서 보자 내 몸이 신발이 되어 걷고 또 걷다가 마음의 회랑에 이르러서는 일렬종대로 서서 환영식에 참여하는 아름드리나무들과 가까이 호흡해 볼 일이다 나무들끼리 모여 숲이 되는 이야기를 들어 봐도 좋고 내면의 곤충 호텔과 나뭇잎 관찰소를 만나 봐도 좋다 먼바다가 뭍이 그리워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 기울여도 보고 갯벌이 숨겨온 어패류의 생활상을 살펴보며 느껴지는 삶 그렇게 산책은, 자연이라는 연인의 마음까지 알아가는 일이다 나싱그리의 '산책 예찬'이라는 시. 산책코.. 2022.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