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둥치들아 너희들이 좋구나 너무 좋아 쓰다듬어도 보고, 끌어안아도 보고, 그러다가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둥치들아 나, 너희들 들쳐 업는구나 너희들 나 들쳐 업는구나 우거진 잎사귀들 속, 흐벅진 저고리 속 으흐흐 젖가슴 뭉개지는구나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둥치들아 그렇구나 네 따뜻한 입김, 부드러운 온기 속으로 나, 스며들고 있구나 찬찬히 울려 퍼지고 있구나 너희들 숨결, 오래오래 은근하구나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껍질들아 껍질 두툼한 네 몸속에서 작은 풍뎅이들, 속날개 파닥이고 있구나 어린 집게벌레들, 잠꼬대하고 있구나 그것들, 그렇게 제 몸 키우고 있구나 내 몸에서도 상수리나무 냄새가 나는구나 쌉쌀하구나 아득하구나 까마득히 흘러넘치는구나 이은봉 시인의 작품이다. 상수리나무..
2023.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