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앞에 청동 염소가 서 있다
엉덩이가 푸른, 생식기마저 푸른 염소,
아무것도 생식하지 않을 이 염소는 불멸이다
허수경 시인의 '청동 염소'.
염소는 번식력이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은행 앞에 선 염소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정작 청동 염소는 생식生殖을 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불멸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
하긴 자본의 증식이나 동물의 번식을 떠나
오래전 청동기 문명을 입힌 저 염소 상像이
소멸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