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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by 하늘텃밭 2023. 9. 6.

못생긴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딜레마인데

나는 어떻게든 나를 감추고 털고 닦고 깎고

칠하며 척, 하고 산다

척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있는 척

아는 척

착한 척

뒤에서는 호박씨 까지만 아닌 척,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를 봐주는 건 그래도

척 때문인데

척은

처 억 탄로가 난다

못생긴 것은 아무리 가려도 1분 안에 탄로가 나고

무식한 것은 길어야 한 시간 안에

없는 것은 한 달 안에

척하지 않는 것은 1년 안에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1년 이상 남지 못한다

끊임없이 척을 생산해야 한다

1분씩 한 시간씩 한 달씩 1년씩

오늘도 나를 지탱해 주는 척!


원구식 시인의 '척'이라는 시.

우리는 척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리고 어쩌면 세상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지도 모른다.

척하면서도 척한다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

척을 하고는 그것이 척이라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으며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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