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딜레마인데
나는 어떻게든 나를 감추고 털고 닦고 깎고
칠하며 척, 하고 산다
척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있는 척
아는 척
착한 척
뒤에서는 호박씨 까지만 아닌 척,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를 봐주는 건 그래도
척 때문인데
척은
처 억 탄로가 난다
못생긴 것은 아무리 가려도 1분 안에 탄로가 나고
무식한 것은 길어야 한 시간 안에
없는 것은 한 달 안에
척하지 않는 것은 1년 안에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1년 이상 남지 못한다
끊임없이 척을 생산해야 한다
1분씩 한 시간씩 한 달씩 1년씩
오늘도 나를 지탱해 주는 척!
원구식 시인의 '척'이라는 시.
우리는 척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리고 어쩌면 세상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지도 모른다.
척하면서도 척한다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
척을 하고는 그것이 척이라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으며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