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쟁4

아이러니 여기는 지구촌 응답하라, 역사여! 글로벌 전쟁이 발발하던 그해엔 정말이지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단다 또 주위에선 많이도 울먹였단다 심한 욕까지 퍼부었단다 그렇지만 소수는 물러나 티 내지 않고 웃었단다 누구는 한동안 쟁여 놓았던 전쟁 무기를 팔았다며 혹자는 방산주를 매매하여 꽤나 재미를 봤다며 가까이는 우리 한국 전쟁 때도 그렇다 했다 피로 물든 동족상잔에도 바다 건너 이웃 나라는 말없이 웃었다 했다 전쟁에 승자는 없다 들었는데 아이러니라고 했다 나싱그리 시. 전쟁에 승자는 없다 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웃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불공평한 거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씁슬하기만 하다. 2024. 1. 6.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지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난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건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해맑은 눈길만을 남긴 채 다들 떠나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은 무디어졌으며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 재즈가 넘쳐흘렀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난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하였다 내가 가장 .. 2024. 1. 3.
감꽃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김준태 시인이 쓴 어른을 위한 동시풍童詩風의 시다. 단 몇 줄 시에, 인생을 녹여낸다. 그래,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만 먼 훗날엔 우리는 무엇을 세고 있을까 지난 그리운 얼굴들을 세고 있거나 남은 소중한 날들을 세고 있으려나 몰라 2023. 6. 29.
민간인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담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嬰兒를 삼킨 곳 스무몇 해나 지나서도 그 수심을 모른다 김종삼 시인의 '민간인'. 분단의 참상을 정제된 표현으로 잘 드러낸다. 70년이 지난 오늘도 남북의 분단은 현재 진행형이다. 잠시 화해하는가 싶더니 다시 얼어붙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 전쟁은 일어나고 많은 민간인이 죽어나간다. 시인은 뭇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고발자다. 2022.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