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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묻지 마세요 누군가 있어 왜 걷느냐 묻거든 그냥 길이 거기 있으니까 누군가 있어 왜 사느냐 묻거든 그냥 삶이 거기 있으니까 누군가 있어 왜 쓰느냐 묻거든 그냥 시가 거기 있으니까 나싱그리 시. 법륜 스님 말씀 중에 이런 내용이 생각납니다. 다람쥐는 살면서 고민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잘만 산다고. 2024. 3. 5.
살다 보면 살다 보면 배당 받는 삶이 편해지는 나이가 된다 술 한 잔 마시면서도 한 방 욕심은 거둔다 매달 한 번 그렇게 배당을 기다리는 삶은 소확행이 된다 살다 보면 드라마를 보는 삶이 재미있는 나이가 된다 차 한 잔 마시며 일일 드라마를 본다 몰아서 보지 않는다 매일 한 편씩 내 앞에 펼쳐질, 일상의 드라마를 기대한다 살다 보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축복이 되는 나이가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올해도 봄날은 온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시나브로 건강이 따라온다 정상에 서 보겠노라 무리해서, 높아진 산에 오르지 않는다 나싱그리 시 누구 시였드라, 이와 비슷한 시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이근배 시인의 시였군요.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2024. 2. 24.
폭설 몇 날 며칠 폭설이 닥치고 길이 두절된다 평소 고마움을 몰랐던 물과 전기가 끊기고 그동안 함께 삶을 지탱해 오던 마지막 보루 사는 집 지붕마저 무너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 며칠간의 폭설을 대비하여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다만 폭설을 피해 그곳을 떠났다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면서 떠나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나싱그리 시. 주변 지인과의 대화 내용이 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폭설을 대비해 안간힘을 쓸 줄 만 알았지 그곳을 떠나는 거 또한 삶의 살아가는 한 방법인 것을 잊고 있었다. 2024. 2. 23.
남는 인생 내 사전에 더 이상 돈이 안 되는 시는 없다 그렇게 외면하며 이것저것을 핑계로 살아왔는데 어쩌다 내 남은 인생에 시 쓰는 고마운 일이 생겼다 내 남은 인생에 시 쓰며 사는 새 삶이 생겼다 내 남은 인생길 남는 인생을 바라보고 항해할 수 있는 물을 만났다 나싱그리 시.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예술은 돈과 거리가 멀다. 특히 시가 그렇다. 어느 지인이 '시'야말로 대표적인 공공재 같은 거라 했지. 평소 진가를 모르고 살지만 우리 인생에 소금처럼 꼭 필요한.... 2024. 2. 18.
동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열심히 돌아주던 세탁기가 맛이 갔다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꿈적하지 않고 영 가망이 없다 기사에게 수리를 부탁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신품을 들이란다 통돌이 수명 약 10년 드럼 수명 약 7년 사람이나 세간살이나 오래 쓰다 보면 수명이 다하는 법 평소 한집에 동거하며 정을 못 나누고 살았건만 잃고 나서야 진정 수명을 다한 너의 고마움을 안다 살아 묵묵히 봉사를 실천한 너를 보내며 삶을 깨친다 나싱그리 작품이다. 손빨래를 해 본 지가 언제던가 세탁기의 기능이 날로 발전하면서 수명이 다한 구형 세탁기는 어느새 퇴물이 된다. 시제를 '세탁기'로 생각했다가 너무 평범한 거 아닌가 싶어 '동거'라고 붙여 보았다. 2023. 5. 16.
장지葬地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또 하나의 생과 이별하고 있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장지葬地에 모여든 사람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천막 안에 앉거나 서서 급하게 차려진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겼고 생계를 책임진 한 가장家長은 심술 난 바람에 천막 폴대를 굳게 잡고는 놓지 않았다 여느 해처럼 그렇듯 주변에선 마른 도깨비바늘들이 스치는 옷깃에 달라붙어 다시 시작할 곳을 찾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비록 스산하지만 머지않아 봄은 찾아들 것이고 그러면 이곳에도 새싹은 돋고 이름 모를 들꽃도 피어나겠다 나싱그리가 쓴 '장지葬地에서'란 작품이다. 이별하는 슬픔은 잠깐이다. 유족이 아니면 더 그럴 것이다. 장지에서조차 삶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자연은 우리에게 지혜를 일깨운다. 2023. 3. 17.
가구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 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까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 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도종환 시인의 '가구'라는 작품. 살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뒤돌아보게 하는 시다. 가까이는 배우자.. 202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