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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9

여산폭포 향로봉에 해 비치어 보랏빛 연기 일고 멀리 보니 폭포가 냇물처럼 걸렸구나 나는 듯 곧추 삼천 척을 흐르니 은하가 저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옴인가 日照香爐生紫煙 遙看瀑布掛前川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로 유명하다. 원제原題는 '望廬山瀑布'. 우리나라 개성에 박연폭포가 있다면 중국 강서성엔 여산폭포가 있다. 후세에 이백의 시를 일부 모방한 듯한 시편들이 흔하게 나타난다. 폭포 시의 원조 격이라 할까 2023. 8. 4.
눈(雪) 1 천황天皇씨 인황人皇씨가 돌아가셨나, 온 산 나무들 소복을 입었네. 낼 아침 해님 와서 문상할 때 이 집 저 집 처마끝마다 눈물이 뚝뚝뚝.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檐前淚滴滴 조선조 방랑 시인 김삿갓, 김병연金炳淵이 눈을 노래한 시다. 눈 내린 순백의 모습을 소복을 한 세상으로 대하고 날이 밝아 해님이 문상하면 집집마다 눈물을 떨군다는 표현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인상적이다. 2023. 7. 11.
반달 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직녀 얼레빗 만들어 주었나. 견우님 떠나신 뒤 오지를 않아, 수심이 깊어 푸른 하늘에 걸어 두었는고. 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牽牛一去後 愁擲碧空虛 반달을 소재로 사랑과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황진이의 시. 밤하늘을 장식하는 달을 바라보는 마음은 시인마다 조금씩 달랐겠지만 무릇 걸출한 시인 치고 달을 노래하지 않았던 시인이 있었을까 2023. 7. 10.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켜본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줄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이전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정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守默然後知平日之言躁 省事然後知平日之費閒 閉戶然後知平日之交濫 寡欲然後知平日之病多 近情然後知平日之念刻 중국 명나라 때 진계유陳繼儒의 '뒤에야'然後 라는 시입니다. 우리네 인생, 지난 일을 뒤돌아보면 참으로 아쉬운 점이 많고...... 그래서 뒤늦게 깨닫는 바도 있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인데요. 일찍이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하루 세 번 뒤돌아본다는 삼성三省을 이야.. 2023. 5. 27.
연밥 따기 노래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羞 허난설헌의 시 '연밥 따기 노래采蓮曲'다. 예부터 연꽃을 소재로 한 연애戀愛 시가 많다. 민요로 전해오는 노래도 있다. 요즘처럼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허용치 않던 시대이지만 애틋한 연애의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감이 간다. 2023. 2. 12.
진달래 돌 틈새 뿌리 위태로워 잎이 쉬이 마르니 바람과 서리에 꺾이고 잘린 것으로만 알았네 들국화는 벌써 가을의 풍요 자랑하나 바윗가 겨울 추위 견디는 소나무 부러우리라 푸른 바닷가 향기 품은 애잔함이여 누가 능히 붉은 난간으로 옮겨 주리오 여느 초목에 그 품격을 비할까 보냐 나무꾼 눈에 띌까 두려울 뿐이네 石罅根危葉易乾 風霜偏覺見摧殘 已饒野菊誇秋艶 應羨巖松保歲寒 可惜含芳臨碧海 誰能移植到朱欄 與凡草木還殊品 只恐樵夫一例看 고운孤雲 최치원의 시, '두견杜鵑'. 진달래를 자신을 빗대어 노래했을 거라는 설이 관심을 끈다. 당나라에 유학 가서는 재능을 인정받기는 했으나 어쨌든 외국인이었고 고국 신라에 와서도 6두품이라는 신분을 안고 살아야 했을 터. 품었던 뜻을 펼쳐보고 싶었던 시인의 심정을 알 것도 같다. 2023. 1. 24.
우물 속의 달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 병 속 가득, 달빛 담아 물을 길었네. 절에 돌아오면 바로 깨닫게 되나니 병 기울면 달 또한 없다는 것을.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고려 때 이규보의 유명한 시 '우물 속의 달井中月'. 현직을 물리며 불교에 심취했던 말년의 시로 보인다. 시인의 굴곡진 인생사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읽는 이의 마음에 더 와닿는 시다. 2023. 1. 16.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꽃을 사이에 두고, 술 한 병 벗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 들고 밝은 달 청하니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구나 달이야 본래 술을 못 마시고 그림자는 나만 따라다니니 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여 이 봄날 즐겨보자꾸나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즐기고 취한 후에는 각자 흩어지니 얽매임 없는 영원한 사귐 먼 은하에서 다시 만나자꾸나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 . 그 옛날 낭만주의자였던 시인은 꽃 만발한 정자에서 달과 그림자까지 청해 술을 마신다. 얽매임 없는 영원한 사귐을 먼 은하까지 연결시.. 2022. 12. 25.
봄날의 소망 나라는 파국을 맞았으나 산하는 그대로이고 성에는 봄이 와 초목만 우거졌네 울적한 마음 꽃 보고도 눈물 흩뿌려지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마음이 놀라네 전란 봉화가 석 달이나 이어지니 집에서 온 서신은 만금보다 귀하구나 흰머리 긁을수록 더 짧아져 욕심도 없어지고 비녀 꽂기도 힘들구나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의 '춘망春望'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전쟁은 백성들을 힘들게 한다. 세파에 힘든 시인의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 하며 가족을 그리는 마음을 잘 드러낸다. 일상의 작은 욕심마저 희미해지는 그런 순간이다. 202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