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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땅 가는 곳마다 곱게 피어나는 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봄이 오는 길목에 꽃향기마저 사라져 함께 노래하는 새들이 없다면 저 하늘에 알알이 들어선 뭇별들이 반짝이지 못한다면 이 세상의 나뭇가지에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면 나싱그리 시. 오늘따라 꽃샘추위가 심하다.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머지않아 이곳저곳에 꽃 잔치도 열릴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만약을 생각해 보라.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 2024. 3. 2.
꽃 핀다 꽃 진다 지난겨울 어떻게 살았느냐고 차꽃 필 때 동백꽃 필 때 매화꽃 필 때 꽃향 머금고 좋았노라고 지난겨울 또 어떻게 살았느냐고 차꽃 질 때 동백꽃 질 때 매화꽃 질 때 그때마다 겨울 산에 등 기대고 먼 산 보았노라고 꽃 진 겨울 이마에 생 바람 불어도 참 맑았노라고 한철 꽃 피고 꽃 지는 마음아 이 세상 어찌 살 것이냐 묻는다 해도 꽃 핀다 꽃 진다 할 뿐 석여공 시인의 '꽃 핀다 꽃 진다'라는 시. 산문山門에 들어 마음을 닦는 스님으로 산다. 시심도 맑은 시심이려니와 언어를 다루는 내공이 예사롭지 않다. 2023. 1. 17.
좋은 풍경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 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시 '좋은 풍경'이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꽃을 피우는 것이나 남녀의 그 짓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 도덕을 끼워 넣은 것은 인간이다. 알고 보면, 저 풍경들이야말로 세상이 원시이래 선물한 것이다. 2022.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