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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좋은 풍경

by 하늘텃밭 2022. 11. 29.

늦겨울 눈 오는 날

날은 푸근하고 눈은 부드러워

새살인 듯 덮인 숲 속으로

남녀 발자국 한 쌍이 올라가더니

골짜기에 온통 입김을 풀어놓으며

밤나무에 기대서 그 짓을 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빨리 온 올봄 그 밤나무는

여러 날 피울 꽃을 얼떨결에

한나절에 다 피워놓고 서 있었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시 '좋은 풍경'이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꽃을 피우는 것이나

남녀의 그 짓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 도덕을 끼워 넣은 것은 인간이다.

알고 보면, 저 풍경들이야말로

세상이 원시이래 선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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