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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상수리나무들아

by 하늘텃밭 2023. 3. 20.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둥치들아

너희들이 좋구나 너무 좋아 쓰다듬어도 보고, 끌어안아도 보고, 그러다가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둥치들아

나, 너희들 들쳐 업는구나 너희들 나 들쳐 업는구나

우거진 잎사귀들 속, 흐벅진 저고리 속

으흐흐 젖가슴 뭉개지는구나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둥치들아

그렇구나 네 따뜻한 입김,

부드러운 온기 속으로

나, 스며들고 있구나 찬찬히

울려 퍼지고 있구나

너희들 숨결, 오래오래 은근하구나

상수리나무들아 상수리나무 껍질들아

껍질 두툼한 네 몸속에서 작은 풍뎅이들, 속날개 파닥이고 있구나 어린 집게벌레들, 잠꼬대하고 있구나

그것들, 그렇게 제 몸 키우고 있구나

내 몸에서도 상수리나무 냄새가 나는구나

쌉쌀하구나 아득하구나 까마득히 흘러넘치는구나


이은봉 시인의 작품이다.

상수리나무가 사람인지, 사람이 상수리나무인지

사람의 몸이 상수리나무 둥치인지 혼란스럽다.

상수리나무와 사랑을 나누고

따뜻하고 은근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생명력, 살아있는 힘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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