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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나도 그들처럼

by 하늘텃밭 2023. 5. 18.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백무산 시인의 작품.

원시 이후,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 난무하는 것은 약탈과 정복이라는 폭력들...

언제부턴가 소통은 더 이상 힘들어지고

자연과의 말 트기, 역시 난해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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