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텃밭48

봄날의 소망 나라는 파국을 맞았으나 산하는 그대로이고 성에는 봄이 와 초목만 우거졌네 울적한 마음 꽃 보고도 눈물 흩뿌려지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마음이 놀라네 전란 봉화가 석 달이나 이어지니 집에서 온 서신은 만금보다 귀하구나 흰머리 긁을수록 더 짧아져 욕심도 없어지고 비녀 꽂기도 힘들구나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杜甫의 '춘망春望'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전쟁은 백성들을 힘들게 한다. 세파에 힘든 시인의 자연을 바라보는 마음 하며 가족을 그리는 마음을 잘 드러낸다. 일상의 작은 욕심마저 희미해지는 그런 순간이다. 2022. 12. 25.
쑥대밭 여기는 쑥의 나라 이른바 쑥들의 전성기 밭갈이 않고 묵혀 둔 밭을 쑥의 무리들이 은근슬쩍 주인인 양 점령하고 있다 사람들이 한눈판 사이 마음껏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뜻을 제대로 새겨야 하는데 본래 의미를 변질시켜 아무 생각도 없이 덤터기를 씌운단 말야 까놓고 얘기해서 우리 모두 같이 사는 세상인데 오로지 본인만 챙기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지 내 삶의 터를 감히 쑥대밭이라니 나싱그리의 '쑥대밭". 인류세에선 지구촌 전체가 사람 중심이다. 자연은 종속된 부속물일 뿐. 쑥대밭은 쑥들의 치열한 삶의 터이겠지만 사람들에겐 한낱 쓸모없는 방해물이라는 생각에 입장을 바꿔 시를 써보았다. 2022. 12. 25.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정감 어린 고향 풍경을 떠올리며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간절히 소망하는 시인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2022.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