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차장이 텅 비었다
관리인도 나오지 않았다
오일 자국으로 얼룩진 광장에
온종일 햇볕이 내려 쪼이고
가끔 비둘기가 모이를 찾고
바람이 지나간다
일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널려진 물건들 하나도 없이
하늘 아래 비어 있는 땅
부당한 온갖 점거를 벗어나
잠시 제자리를 찾아
쉬고 있는 이 빈 터를
오늘은 주차장이라고 부르지 말자
김광규 시인의 '노동절'.
어렵지 않게 일상어를 늘어놓으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와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만드는
묘하게 감성을 건드리는 시다.
보통사람들에게 노동절이 노동자가 쉬는 날이라면
시인에겐 노동절은, 주차장이라는 풍경을 만나면서
색다르고, 좀 더 깊이가 있다.
하늘 아래 비어 있는 땅이 그러하고
부당한 온갖 점거를 벗어난 빈 터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