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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 산책

아침 식사

by 하늘텃밭 2023. 3. 29.

그는 커피를 담았다
찻잔에
그는 우유를 넣었다
커피가 든 찻잔에
그는 설탕을 넣었다
우유를 탄 커피에
작은 스푼으로
그는 저었다
그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게 한마디 말없이

그는 불을 붙였다
담배에
그는 동그랗게 만들었다
연기를
그는 담뱃재를 털었다
재떨이에
내게 한마디 말없이
내게 아무런 눈길도 없이

그는 일어났다
그는 눌러썼다
모자를 머리에
그는 레인코트를 입었다
비가 내렸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떠났다
빗속을
내게 한마디 말없이
내게 아무런 눈길도 없이

나는 감싸 쥐었다
손으로 머리를
그리고 울어버렸다.


프랑스 출신 자크 프레베르의 시.
마치 한 장면의 대본을 보는 듯하다.

영화 장면처럼 선명하다.

나는 간절한데, 그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상대인 그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그가 레인코드를 입고 빗속으로 떠나면

홀로 남은 나는 절망한다.

그것도 아침 식사 자리에서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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