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른다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지 마라

거기 산이 있어 산에 오를 뿐

산 사나이로 태어나

그곳에서 떠나는 것도

멋진 인생이라고 당신은 말한다

어떤 이는 정상을 기피한다

오르고 나서 안개와 구름 아래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기는 하지만

거긴 너무 춥고 외로울 수 있다고

너무 오래 머물 곳은 아니라고

 

산을 오른다

정상이 목표가 아니어도 좋다

몸을 쉬어갈 산기슭이면 어떻고

찬바람 가시고 봄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느 산중턱이어도 좋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안다,

산을 더불어 오르는 것도

이 세상에서 힘들지 않게 하지만

산길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보는 이의 마음을 때로

아름답게 물들인다는 것을

 

그렇게 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하나로 나 있지는 않다는 것을


나싱그리의 시 '등산에 대하여'.

나이를 먹고 철이 들면서, 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하나로 나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길만 고집했던 것이 때로 허사가 되고

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밀어붙였던 것이

때로 회한이 되어 돌아온다.

이 세상의 사소한 것이 희망이 되고

너무 거창한 것이 짐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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