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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소개

장례식장에서

by 하늘텃밭 2023. 1. 3.

오래전 식장에서

한 추기경이 추모사를 했다

그는 이 세상에 

나약한 인간으로 왔다가

용서가 되는 하나님 곁으로 갔다

 

이제 돌아간 그는 더 이상

힘센 독재자가 아니다

 

그제는 식장을 지나다가

한 과학자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더도 덜도 아니고

지하 2미터 아래, 흙으로 갔다

그런데 여긴 아름다운 별이다

단지 그걸 모르고 갔다

 

이곳에선 주검이 된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 빈소에서는

조문을 온 철학자가 있어

떠난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는 내 마음속에 

아직 살아 있는 친구

자네는 뭇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인

 

어디서라도 마음이 기억하는 한

사라지는 것은 없다


나싱그리의 '장례식장에서'라는 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하나님 앞에서는 예외 없이 한 명의 인간일 뿐이고

물리적인 시각에서 보면,

죽음이란 단순히 흙으로 변하여 돌아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곳이 별이라는 신비한 사실을 잊는다.

살아도 기억에서 잊히면 이미 죽은 것과 같고

죽어서도 우리들 마음에서 떠나지 않으면

진정 살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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