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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마음은 무게가 없다

by 하늘텃밭 2022. 12. 31.

안동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타고

동서울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할머니 한 분이

자기 키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지고

거기다가 두 손에는

또 보따리까지 들고 내린다.

배낭에는 마늘이 들어 있고,

보따리에는 애호박 몇 개,

고추와 참깨가 들어 있다.

아들네 집인지

딸네 집인지 가는가 보다.

지하철 강변역 쪽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할머니,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고 가시려고 가져오셨어요?"

하며 보따리를 모두

건네받아 들어 드리자,

"마음을 담아 왔지 별 거 아니야!" 한다.

그러면서 마음은 무게가 없다 한다.

마음은 아무리 담아 와도

무겁지 않다고 한다.

마음은 아무리 가져와도

힘들지 않다 한다.


윤동재 시인의 '마음은 무게가 없다'라는 시.

 

누구에게는 올 한 해 마음이 힘들었을 것이다.

허나 마음은 가꾸기 나름이다. 때로 마음은 가볍기도 하다.

 

"시는 꾸미는 것이 아니다."

윤동재 시인에게 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면 

아마도 시인은 이처럼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덧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삶도 역시 꾸미는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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