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나 차라리 씀바귀라도 될 일이다.

일 년 가야 기침 한번 없는 무심한 밭두렁에

몸을 얽히어

새끼들만 주정 주렁 매달아 놓고

 

부끄러운 낮보다는 밤을 틈타서

손을 뻗쳐 저 하늘의 꿈을 감다가

접근해오는 가을만 칭칭 감았다.

 

이 몽매한 죄,

순결의 비린내를 가시게 하고

마른 몸으로 귀가하여 

도리깨질을 맞는다.

 

도리깨도 그냥은 때릴 수 없어

허공 한 번 돌다 와 후려 때린다.

마당에는 야무진 가을 아이들이 뒹군다.

흙을 다스리는 여자가 뒹군다.


문정희 시인의 '콩'이라는 시.

콩을 소재로 해서 시를 썼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판 여자의 일생이랄까

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관심 속, 모진 시집살이로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다.

그나마 남겨진 것은 야무진 가을 아이들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은 콩이나 여자나 흙을 다스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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