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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숲을 찾아서54

작은 영웅 지금 시대는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지만 저 삶의 공간을 활개치는 개구리를 보라 누구에게든 어려웠던 올챙이 시절은 있기 마련 오늘은 또다시 세계로 우주로 비상하는 작은 영웅이라는 꿈을 먹고 자란다 인생은 짧아서 이제껏 많은 사람들이 한 시대를 스쳐갔지만 여전히 세상은 넓고 서로에게 할 일은 많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해와 달은 바로 우리의 편 다가오는 미래를 별들의 고향으로 안내한다 나싱그리 시. my little hero, 뜨는 건 순간이다. 포천이라는 개천에서 작은 영웅이 되어 날아오른다. 얼마 전 우주 발사도 성공적이었다. 우리들의 미래가 별들의 전쟁이 아닌 별들의 고향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23. 6. 17.
결혼에 대하여 한때 결혼은 푸른 하늘이 바람결에 넘실대는 꽃 피는 봄날이었다 새로운 인생이 열렬한 기립 박수를 받으며 정겨운 숲길로 이어지는 낭만이었다 붉은 장밋빛 설레는 청춘과 청춘의 뜨거운 만남이었다 세상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고 하여 거친 세파가 서로에게 닥쳐왔을 때 결혼은 현실이 되었다 할까 말까 아니면 맛보기로 잠깐 동거부터 시작할까 그것이 문제였다 나싱그리 시. 정호승 시인이 발표한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를 읽다가 느껴지는 바가 있어 같은 제목으로 시를 쓴다. 현시대엔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기도 해서.... 2023. 6. 15.
현주소 지금 나의 영혼은 내 고향 난실리에 나의 육체는 서울 혜화동에 별거를 하고 있다 해마다 햇빛 좋은 5월 하순이면 영혼이 사는 난실리 뒷산, 장재봉長才峰에선 온종일 노랗게 꾀꼬리 울며 육체가 머무는 서울 혜화동에선 골목마다 라일락이 진다 영혼이 홀로 꾀꼬리 우는 난실리로 육신이 붙어 있는 혜화동으로 오가며 이백리 길, 삐꺽거리는 팔순의 세월 고개 아 언제면 육체의 주소 아주 버리고 영혼의 주소 하나로 되어 만고일월萬古日月에 "나 여기 있소" 불변의 주소로 있을는지 오 꾀꼬리 소리, 이 나무 저 나무 노랗게 번쩍번쩍 라 랄라리오 라 랄라리오 조병화 시인의 시. 그의 시는 보통 사람들에게 쉽게 읽혀서 좋다. 팔순 노인이 노래하는, 현대판 사死의 찬미라 할까 노인이 되면 몸은 쇠약해지고 마음은 병들기 마련인데 .. 2023. 6. 13.
술래잡기 까치는 까치와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고양이는 고양이와 가깝게 어울려야 하는 건 아니다 동화에나 튀어나올 법한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고양이 뒤꽁무니를 까치가 쫓으면 고양이가 힐금힐금 까치를 뒤돌아본다 1대 1이다 이번에는, 까치가 나뭇가지를 타고 옮겨 앉으며 울음소리를 내는데 고양이가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역시 1대 1이다 1대 n 또는 n대 n이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랐을까? 나싱그리 시. 국적이 달라도 이해관계가 달라도 사람이 1대 1로 만난다면 서로 사이가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왜 단체로 모이면 대다수가 으르렁댈까 까치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술래잡기를 보면서 생각이 깊어진다. 2023. 6. 11.
첫사랑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 분분 난 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고재종 시인의 '첫사랑'이라는 작품.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사람들은 그 허무를 달래기 위해 사랑을 꽃피우고 노래하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연이 압권이다. 2023. 6. 8.
야생화 크로키 애써 가꾸지 않아도 너는 핀다 찾아 나서야 비로소 너는 웃는다 찾아 나서는 우리네 마음 골짜기에 터 잡고 웃는다 네 웃음엔 소리가 없다 네 웃음엔 꾸밈이 없다 나싱그리 시. 애써 가꾸지 않아도 피어나는 야생화. 찾아 나서야 비로소 웃어 주는 야생화. 그 야생화에 대한 느낌을 마음의 도화지에 크로키해 본다. 2023. 6. 6.
조선닭 희미한 기억 속을 닭이 운다 그랬다 시도 때도 없이 의미도 없이 울었다 가끔은 해가 중천에 솟은 한낮에도 울었다 누군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닭이 마냥 운다고 해서 새벽이 다가오는 건 아니다 닭은 자신의 한계를 안다 지조를 지키는 닭은 다만 제때 울어서 잠에서 덜 깬 사람들에게 새날이 밝아오는 걸 알려줄 뿐 나싱그리 시. 닭은 이제 내 희미한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도처에 보이는 것은 치킨과 생닭 등.. 구미는 당기지만 더 이상 내 시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이번엔 시제를 '조선닭'이라 붙여본다. 우리에게 토종닭이 되는 조선닭이라 더 느낌이 와닿는다. 2023. 6. 5.
행복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나태주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 농담조로 던져 본 말이 있다. 인생이 별 거 있느냐고, 깊게 생각하지 말라며.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 그것이 답일 수도 있다는... 아무튼, 행복이 뭐 별 거 있냐라는 생각에는 대체로 이의가 없을 거 같다. 작지만 소박한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가까이서 위안이 되어주는 것이 행복이다. 2022. 11. 28.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들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같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2022.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