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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소개103

쪽빛 바다에 한가롭게 나앉은 한라에서부터 발원한 흥 노래 열풍을 타고 남도 이곳저곳을 들러 이 땅에 상륙하면 전국은 한바탕 난장판으로 일어선다 예부터 흥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 엄마 아빠 따라나선 어린아이까지 함께 춤추는 열린 무대 그 흥 바라건대 태백을 타고 흘러 저 멀리 백두까지 가닿았으면 나싱그리 시 매주 일요일마다 시청하는 전국 노래자랑 사람들 노래 솜씨는 그렇다 쳐도 흥만큼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 어린아이까지 함께 추는 한바탕의 열린 무대... 2024. 4. 7.
경연 총선 D-6 네거티브 현수막과 요란한 유니폼 물결 저편 꽃샘추위를 물리고 봄날에 초대받은 주위 꽃들이 앞다퉈 경연에 나선다 두 팔 벌려 환영하듯 가로수 벚꽃들이 환한 얼굴로 웃는다 무더기로 나앉은 개나리꽃들이 노란 입술을 내민다 이에 질세라 여기저기 눈높이가 낮은 민들레꽃들도 한 번쯤 봐 달라며 호들갑이다 나싱그리 시 우리들 사람 사는 세상이 더 이상 싸움이 아닌 경연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요즈음의 꽃잔치 같은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2024. 4. 4.
반지 신혼 시절 한동안 손가락에 끼웠던 다이아가 박힌 금반지 아내의 성화에도 당기지 않는다는 핑계로 헤어진 그 반지를 잊고 살았는데 삼십여 년을 지나서도 눈에 선한 반지 몇 해 전부터 집안 구석구석 아무리 뒤져 봐도 반지가 없다 아뿔싸, 반지는 주인에게 한 마디 귀뜸도 없이 어디론가 도망친 걸까 정 없는 내가 그렇게 싫었을까 이미 남의 손에 닿아서 숫자로 변했을까 나싱그리 시 엄연히 내 소유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정을 붙이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2024. 3. 24.
정이품송 고향, 보은 땅에 태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백 년 세월을 버텨 낸 소나무 한 그루 남들 부러워하는 높은 벼슬까지 얻고 자나깨나 생전에 부처님 곁을 지켜왔는데 이제껏 자식 두지 못한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던 차에 주위 사람들 주선으로 이곳 보은 군수와 멀리 삼척 시장을 모시고 전통 혼례식을 올린 지 이십 년 노년에 들어서는 몸이 편치 않아 이제 지팡이 신세까지 지는 삶 언제까지 살려는지는 자신도 몰라 오늘따라 서울 변두리에 자리잡은 장자목 아들의 얼굴이 마냥 그리워지는 당신 나싱그리 시 옛날에 시인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 시를 짓고 술을 주고받는 그런 행사를 가졌다. 마침 장자목이 자리잡은 서울 송파에 사시는 화가 형님이 SNS로 보내온, 사진과 처녀작 시를 접하고 나도 시 한 편을 올려 본다. 장자목.. 2024. 3. 22.
마을 처음엔 모두가 한마을이었다 가까웠던 이웃이라도 멀리 떨어져 살면서 나누던 말이 변했고 전하던 글이 달라졌다 세월은 물이 되어 흘렀지만 마음은 유연성을 잃으면서 소통은 점차 어려워졌다 하여, 만인에게 누적된 불통을 해소하고 소통을 선사하기 위하여 오늘날엔 신기술을 등에 업고 실시간 통역 서비스가 등장한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고 함께 엮이면 세상은 빠르게 진화한다 살기 좋아진 마을엔 축제의 장이 선다 나싱그리 시 어쩌면 옛날 옛적에 한마을에서 시작된 언어 그 말과 글들이 점차 공간과 시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화되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비롯하여 흩어진 오늘날 고려인의 말과 수백 년 전 조선의 말이 하나의 방언이 되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도 멀어졌는데... 2024. 3. 22.
원래 더러워 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엿들은 코미디 화면은 상상에 맡기고 목소리만 재생합니다 "언니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어때서?" "찡그린 듯 해서 말이야." "아 내 얼굴 원래 더러워." "원래 더럽다? 으하하 언니는 참 넉살도 좋아!" 나싱그리 시. 짜증이 날 법도 한 시장에 갔다가 코미디를 접한다. 듣고 보니, 얼굴 생각하기 나름이다. 인생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다. 2024. 3. 19.
농심 어제는 살가운 봄바람에 햇살을 부여안고 동네 어귀에 배나무, 사과나무가 웃음꽃을 피웠더만 오늘은 날씨가 시샘을 하는가 예측하지 못한 손님 꽃샘추위가 몰려와 반가운 배꽃, 사과꽃들 날개 옷깃까지 여미더니 꿈도 채 펴보지 못하고 이대로 시드는 건 아닐까 뾰족한 대책도 없이 웃음까지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나싱그리 시 한때 강풍을 어쩌지 못하고 낙과를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낙화에 노심초사해야 하는 농심. 대책이 나와 주었으면 좋으련만... 2024. 3. 18.
사랑가 우리 사랑은 말로 주고받는 게 다가 아니에요 우리 사랑은 몸으로 전하는 게 다가 아니에요 사랑은 때로 창가에 내려앉은 세레나데가 되어 가슴 뜨거워지는 마음을 경험하는 거예요 어느 젊은 날 한 번쯤 이런 사랑 노래는 어떠냐며 때마침 봄바람이 부추겼어요 나싱그리 시. 이건 사랑 아니고 저것도 사랑 아니고 특별히 디스할 이유가 없습니다. 봄바람이 부추기길래 시 한번 써 봤어요. 2024. 3. 16.
동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리움 찾아 삼만리 그 옛날 술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숨바꼭질을 하다가 숨어든 빈 항아리 세상과 단절된다 숨죽이며 하는 혼잣말 "나 여기 있지." 못내 심심해서 하는 말 "나 찾아봐라."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독 안에 든 유년 내 안의 동심童心! 나싱그리 시. 어른을 위한 동시를 가끔 생각한다. 그리움 찾아 삼만리 항아리를 떠올리며 내 안의 동심을 찾아낸다. 2024.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