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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리움 찾아 삼만리 그 옛날 술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숨바꼭질을 하다가 숨어든 빈 항아리 세상과 단절된다 숨죽이며 하는 혼잣말 "나 여기 있지." 못내 심심해서 하는 말 "나 찾아봐라."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독 안에 든 유년 내 안의 동심童心! 나싱그리 시. 어른을 위한 동시를 가끔 생각한다. 그리움 찾아 삼만리 항아리를 떠올리며 내 안의 동심을 찾아낸다. 2024. 3. 13.
생일 번호표를 빼 들고 호명을 기다린다 딩동! 거실에 들어서는 반가운 피붙이들 눈길을 주는데 영, 반응이 시원치 않다 "아가야 까꿍!" 선순위는 손녀다 오늘은 어르신의 생일이건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축하 인사가 늦어 미안한 마음에 한마디 거든다 "얘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나 봐요." 나싱그리 시. 주위의 살아가는 얘기를 처음엔 짧은 시로 멋지게 써 보려 했지만 그게 더 어렵다. 그러려면 기막힌 유머나 번득이는 풍자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2024. 3. 10.
밥그릇 "밥은 드셨나요?"가 안부 인사가 되고 밥 많이 묵으라는 덕담이 오가던 시절 한지붕 가족으로 만나 마주한 밥상머리엔 부족한 것 많아도 도타운 정만큼이나 유독 밥그릇이 컸지 아침밥 거르는 일이 예사가 된 오늘 단출해진 밥상머리에서 밥그릇을 마주한다 창밖은 아직 밥그릇 싸움으로 소란스러운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곁 지키며 말없이 제 몫을 다하는 고만고만한 그릇들 나싱그리 시. 밥그릇이란 말에는 함께한 사람들의 정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밥그릇이란 말이 제 밥그릇 챙긴다는 의미로 퇴색해 버렸다. 밥그릇의 성정이 변한 건 아닐 테고 인심이 변했다고 할밖에... 2024. 3. 8.
이유를 묻지 마세요 누군가 있어 왜 걷느냐 묻거든 그냥 길이 거기 있으니까 누군가 있어 왜 사느냐 묻거든 그냥 삶이 거기 있으니까 누군가 있어 왜 쓰느냐 묻거든 그냥 시가 거기 있으니까 나싱그리 시. 법륜 스님 말씀 중에 이런 내용이 생각납니다. 다람쥐는 살면서 고민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잘만 산다고. 2024. 3. 5.
사랑의 매 아버지! 몸은 성인이 되었어도 마음은 아직 어린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무더위에 지쳤을 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여름날 그늘이 되어 주십시오 눈보라에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맬 때는 비록 길이 나지 않은 낯선 길일지라도 당신의 지팡이를 들어 바른 길을 안내해 주십시오 아버지! 한 아이가 사랑이 필요할 때 때로 사랑의 매로 다스려 주십시오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십시오 나싱그리 시. 사랑의 매라는 말을 다들 너무 쉽게 한다.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사랑의 매는 아무나 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랑의 매는 아무나 맞을 수 있는 게 아니다. 2024. 3. 3.
만약 이 땅 가는 곳마다 곱게 피어나는 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봄이 오는 길목에 꽃향기마저 사라져 함께 노래하는 새들이 없다면 저 하늘에 알알이 들어선 뭇별들이 반짝이지 못한다면 이 세상의 나뭇가지에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면 나싱그리 시. 오늘따라 꽃샘추위가 심하다.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머지않아 이곳저곳에 꽃 잔치도 열릴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만약을 생각해 보라.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 2024. 3. 2.
살다 보면 살다 보면 배당 받는 삶이 편해지는 나이가 된다 술 한 잔 마시면서도 한 방 욕심은 거둔다 매달 한 번 그렇게 배당을 기다리는 삶은 소확행이 된다 살다 보면 드라마를 보는 삶이 재미있는 나이가 된다 차 한 잔 마시며 일일 드라마를 본다 몰아서 보지 않는다 매일 한 편씩 내 앞에 펼쳐질, 일상의 드라마를 기대한다 살다 보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축복이 되는 나이가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올해도 봄날은 온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시나브로 건강이 따라온다 정상에 서 보겠노라 무리해서, 높아진 산에 오르지 않는다 나싱그리 시 누구 시였드라, 이와 비슷한 시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이근배 시인의 시였군요.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2024. 2. 24.
폭설 몇 날 며칠 폭설이 닥치고 길이 두절된다 평소 고마움을 몰랐던 물과 전기가 끊기고 그동안 함께 삶을 지탱해 오던 마지막 보루 사는 집 지붕마저 무너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 며칠간의 폭설을 대비하여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다만 폭설을 피해 그곳을 떠났다 다시 돌아올 것을 기약하면서 떠나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나싱그리 시. 주변 지인과의 대화 내용이 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폭설을 대비해 안간힘을 쓸 줄 만 알았지 그곳을 떠나는 거 또한 삶의 살아가는 한 방법인 것을 잊고 있었다. 2024. 2. 23.
선서 일찍이 가슴속에 선서를 간직하고 실천해야 한다던 한 사람이 있었지 히포크라테스! 그의 몸은 떠났어도 그의 정신은 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지 지금까지도 그 선서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은 있지 그 아름다운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은 있지 아예 선서를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소 선서를 한쪽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어느 시기엔 선서를 찢고 박차고 나왔다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선서 쓰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더 이상 믿지 못할 나싱그리 시. 요즘 전공의들이 주가 된 파업이 한창이다. 정부에서는 이 사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한다며 한편으로 달래면서도 법을 들먹인다. 히포크라테스가 살아 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오늘 아침, 그 선서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2024.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