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요 삼아 산을 베고 누우니
달은 촛불이요 구름은 병풍이요 바다는 술동이네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매
장삼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걱정일세
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조선 때 진묵대사震默大師의 시로
'한국불교사화韓國佛敎史話'에 나온다.
선승이면서도 통속적인 틀에 머물지 않는
그의 호방하고 자족적인 삶을 상상해 본다.
동시대 사명대사라면 모르는 이가 있을까만
대사는 일반 대중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상의 풍류와 호연지기浩然之氣가
흠씬 느껴지는 시를 접한다.
스스로 만족하는 인생을 누가 이처럼
통 크게 표현한 적이 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