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일어나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鋪道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아일랜드 출신인 윌리엄 예이츠William B. Yeats 의 '이니스프리 호도湖島'.
낭만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시다.
호수에 자리한 섬, 그곳은 시인의 이상향이다.
또한 그곳은 우리들이 그리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고려 가요로 치면 '청산에 살어리랏다' 정도가 되지 않을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