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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14

그대 이름은 지금도 찰리 찰리, 내 사랑! 아침이 그토록 눈부셨던 그날! 달콤한 작별키스 아직도 남아있는데 곧 돌아온다던 그 손 놓지 말 것을 지구 동쪽 끝 미지의 나라 달빛 곱던 강물이 선홍색 핏빛 되고 내 소중한 당신 잠들던 날 늦가을 붉은 사과 시리도록 아름다웠지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해도 아직도 사랑하는 그대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한 줌재로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찰리, 내 사랑 호주 출신 올윈 그린Olwyn Green의 작품. 애드거 앨런 포우의 애너벨 리를 연상시키는 좋은 시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국 땅,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찰리! 그는, 그녀의 살아생전 잊을 수 없는 사랑의 동반자였고 죽어서도 같이 묻히기를 고대하던 사랑이었습니다. 2023. 1. 28.
애너벨 리 아주 아주 오래전, 바닷가 한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몰라요.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엔, 소녀는 다른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어요. 바닷가 이 왕국에서, 나도 어렸고 그 애도 어렸죠. 하지만 우린 사랑 이상의 사랑을 했어요. 나와 애너벨 리의 사랑은 하늘의 날개 달린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샘할 만한 사랑이었지요. 그 때문에 오래 전, 바닷가 이 왕국에 한 차례 바람이 구름으로부터 불어와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리곤 그녀의 지체 높은 친척들이 와서 그녀를 내 곁에서 데려가 바닷가 이 왕국, 무덤에 가둬 버렸죠. 천국에서 우리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기한 것이었어요. 그래요!... 그 때문이었죠(바닷가 이 왕국 사.. 2022. 12. 28.
아프로디테 그대는 이 봄 아지랑이로 찾아온다 붉은 분홍빛으로 분칠 한 산등성이에 누워 푸른 소나무의 피부를 간지럽히며 유혹한다 옛사랑을 빚다가 포기하고 끝내 절망하여 절필絶筆한 어느 시인의 정신세계를 깨어나게 한다 모든 남자들의 우상 모든 예술가들의 우상 하얀 겨울 나신裸身으로 잠들던 그대 프러포즈를 위해 이 세상이 선물한 붉은 분홍색 원피스를 두르고 아름다움을 복제하기 위하여 희미한 달빛을 쫓던 사내의 품에 안긴다 그렇게 젊은 날의 그대, 아프로디테가 되어 온다 나싱그리 시. 시마을 '창작시의 향기'에 처음 올렸다.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여신이다. 젊음에는 정열이 넘친다. 남녀 간의 사랑도, 예술에 대한 열정도 그때 더 절절하다. 때로는 그 사랑과 예술이 삶에 대한 허무를 잊게 한다. 2022. 12. 13.
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의 널리 알려진 시조. 김천택이 펴낸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전한다. 추상적인 시간을 베어내고 이불속에 넣고, 꺼내어 붙여서 늘이는 그녀의 감성이 놀랍다. 임에 대한 진한 사랑과 애틋한 그리움을 너무나도 잘 드러낸다 송도삼절松都三絶에 그녀를 포함시킨 건, 시적 재능을 봐서도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2022. 11. 20.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짧고 쉬운 일상어를 쓰면서도 감동이다. 죽음에 대한 소탈한 달관이다. 인생에 대한 따듯한 사랑이다. 시는 본래 감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니, 어려운 것이 아니어야 한다. 2022.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