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 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그늘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 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김남주 시인...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리얼리스트로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