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2 남는 인생 내 사전에 더 이상 돈이 안 되는 시는 없다 그렇게 외면하며 이것저것을 핑계로 살아왔는데 어쩌다 내 남은 인생에 시 쓰는 고마운 일이 생겼다 내 남은 인생에 시 쓰며 사는 새 삶이 생겼다 내 남은 인생길 남는 인생을 바라보고 항해할 수 있는 물을 만났다 나싱그리 시.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예술은 돈과 거리가 멀다. 특히 시가 그렇다. 어느 지인이 '시'야말로 대표적인 공공재 같은 거라 했지. 평소 진가를 모르고 살지만 우리 인생에 소금처럼 꼭 필요한.... 2024. 2. 18. 백담사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더 많이 돋아나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이성선 시인의 '백담사'. 산사에 저녁이 찾아와 그림자가 드리우니 마당에 삼라만상이 자리해 있다. 아마도 마음 마당이 아닐까 싶다.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빗자루질을 한다. 일이 아니라 수행이 된다. 2023. 6.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