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1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 시인의 '여승女僧'. 낯익지 않은 시어가 눈에 띄는데 이해를 돕자면 가지취는 산에 나는 취나물의 일종이라 하며 금점판은 금광캐는 광산을 떠올리면 될 듯... 섶벌은 재래종 일벌, 머리오리는 머리카락을 의미한다. 여승이 되기 전까지의 삶의 애환은 개인사이기도 하지.. 2022. 1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