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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2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 문정희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시제는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오늘날의 현대시를 메타포어로 분칠을 한 말의 홍수라고 했던가? 이런 탄식에서 조금 벗어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시를 만나고 함께 감상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2023. 2. 6.
풀벌레나 차라리 씀바귀라도 될 일이다. 일 년 가야 기침 한번 없는 무심한 밭두렁에 몸을 얽히어 새끼들만 주정 주렁 매달아 놓고 부끄러운 낮보다는 밤을 틈타서 손을 뻗쳐 저 하늘의 꿈을 감다가 접근해오는 가을만 칭칭 감았다. 이 몽매한 죄, 순결의 비린내를 가시게 하고 마른 몸으로 귀가하여 도리깨질을 맞는다. 도리깨도 그냥은 때릴 수 없어 허공 한 번 돌다 와 후려 때린다. 마당에는 야무진 가을 아이들이 뒹군다. 흙을 다스리는 여자가 뒹군다. 문정희 시인의 '콩'이라는 시. 콩을 소재로 해서 시를 썼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판 여자의 일생이랄까 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관심 속, 모진 시집살이로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다. 그나마 남겨진 것은 야무진 가을 아이들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은 콩이나 여자.. 2023.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