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1 콩 풀벌레나 차라리 씀바귀라도 될 일이다. 일 년 가야 기침 한번 없는 무심한 밭두렁에 몸을 얽히어 새끼들만 주정 주렁 매달아 놓고 부끄러운 낮보다는 밤을 틈타서 손을 뻗쳐 저 하늘의 꿈을 감다가 접근해오는 가을만 칭칭 감았다. 이 몽매한 죄, 순결의 비린내를 가시게 하고 마른 몸으로 귀가하여 도리깨질을 맞는다. 도리깨도 그냥은 때릴 수 없어 허공 한 번 돌다 와 후려 때린다. 마당에는 야무진 가을 아이들이 뒹군다. 흙을 다스리는 여자가 뒹군다. 문정희 시인의 '콩'이라는 시. 콩을 소재로 해서 시를 썼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한국판 여자의 일생이랄까 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관심 속, 모진 시집살이로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다. 그나마 남겨진 것은 야무진 가을 아이들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은 콩이나 여자.. 2023. 1.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