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1 우체통 나의 먹거리는 편지였다 어쩔 수 없이 과식하는 날이 많았다 대개는 일상의 안부를 묻는 편지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소식으로 눈물이 묻어나는 편지 꽃봉오리 갓 입술을 내미는 풋사랑의 편지에 꽃향기를 바람에 싣고 먼길 떠나는 진한 사랑의 편지까지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먹고살았다 요즘엔 멀어진 사람들의 소식이 그립다 사소한 정도 귀하게 받드는 서로의 마음을 필사하여 교환하는 사람들의 손글씨가 그립다 내 마음에 새봄이 찾아오는 날 그동안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그리움을 먹고사는 빨간 우체통이 되어 살고 있다 나싱그리 시. 아파트 입구에 빨간 우체통이 서 있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다. 손글씨가 범람하던 시절엔 참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걸 한번 노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2022. 12.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