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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2

현주소 지금 나의 영혼은 내 고향 난실리에 나의 육체는 서울 혜화동에 별거를 하고 있다 해마다 햇빛 좋은 5월 하순이면 영혼이 사는 난실리 뒷산, 장재봉長才峰에선 온종일 노랗게 꾀꼬리 울며 육체가 머무는 서울 혜화동에선 골목마다 라일락이 진다 영혼이 홀로 꾀꼬리 우는 난실리로 육신이 붙어 있는 혜화동으로 오가며 이백리 길, 삐꺽거리는 팔순의 세월 고개 아 언제면 육체의 주소 아주 버리고 영혼의 주소 하나로 되어 만고일월萬古日月에 "나 여기 있소" 불변의 주소로 있을는지 오 꾀꼬리 소리, 이 나무 저 나무 노랗게 번쩍번쩍 라 랄라리오 라 랄라리오 조병화 시인의 시. 그의 시는 보통 사람들에게 쉽게 읽혀서 좋다. 팔순 노인이 노래하는, 현대판 사死의 찬미라 할까 노인이 되면 몸은 쇠약해지고 마음은 병들기 마련인데 .. 2023. 6. 13.
검은 여인 벗은 여인아, 검은 여인아 그대 입은 피부빛은 생명이라, 그대 입은 형상은 아름다움이라! 나는 그대의 그늘 속에서 자라났네, 그대의 부드러운 두 손이 내 눈을 가려 주었지. 이제, 여름과 정오의 한가운데서 나는 알겠네, 그대는 약속된 땅임을, 목마른 높은 언덕의 정상으로부터 그대의 아름다움은 독수리의 번개처럼 내 가슴 한복판에 벼락으로 몰아치네. 벗은 여인아, 검은 여인아 단단한 살을 가진 잘 익은 과일, 검은 포도주의 어두운 황홀, 내 입에 신명을 실어주는 입 해맑은 지평을 여는 사반나, 동풍의 불타는 애무에 전율하는 사반나, 조각해 놓은 듯한 탐탐북이여, 승리자의 손가락 밑에서 우뢰같이 울리는 탐탐북이여. 그대 콘트랄토의 둔탁한 목소리는 연인의 드높은 영혼의 노래. 벗은 여인아, 검은 여인아 바람결 .. 2022.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