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오후1 바다의 오후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이생진 시인의 '바다의 오후'라는 작품이다. 마치 한 폭의 한가한 어촌 풍경을 보는 듯하다. 돌아보면 세월은 덜컹덜컹, 평탄한 노정은 아니었다. 어느새 함께 지냈던 아이들은 떠나고 노년의 인생만 남았다. 오후가 되면, 바다도 마을도 조금은 무료하고 때로 멍해지거나 게을러지기까지 하는 시간이다. 시곗바늘은 졸고 카메라의 눈동자마저 풀리는 그런 시간이랄까 2023. 1.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