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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산책

미륵사지 석탑

by 하늘텃밭 2023. 1. 29.

허물어짐도

이토록 견고한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니

하늘 받치고 싶은 층층의 꿈

제물처럼 포갠 채

천사백 년  두께로 고이고 있는

창창한 무게

때로 수천 번 마음이 무너져

땅 밑으로 가버리고도 싶으려니

눈 뜰 때마다

쉼 없이 파고드는 분열의 유혹

대님 치듯 동여 묶어

민흘림으로 다잡고 선 그대

발아래 질펀한 고통

구르는 낙엽에 얹어 날리며

홀로 오롯한 그대, 부서진 몸이

이렇게 찬연하다니.


정건우 시인의 '미륵사지 석탑'이라는 시.

살면서 마음을 다스린다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

시인은 미륵사지 석탑에서 부서진 몸을 본다.

질펀한 고통을 이겨내고 층층으로 꿈을 쌓아 올리며

홀로 오롯이 선 미륵사지 석탑이야말로

마음을 다스리려 애써본 사람들에게

참으로 견고하고도 찬연한 아름다움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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