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 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박영희  시인의 시.

결혼식에서 접하는 주례사에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서로 상대를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

이는 부부 사이를 너머 가족과 이웃에도 해당된다. 

세상을 살며, 펴야 할 때가 있지만 때로 접을 줄 알아야

거기에 비로소 평화가 깃들고 사랑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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