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
벼루 열 개를 밑창 내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
추사秋史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병중 마음에 피어나
'판전板殿'이라는 글씨로
봉은사에 자리 잡은
그 현판
어리숙한 듯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한 대가의 필치는
젊은 날 예술의 시비是非를
풍경 소리에 날려 보내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절대 순진무구함의 경지에
들었구나
나싱그리 시.
봉은사에 가면
판전을 만날 수 있다.
경판을 쌓아두는 전각이 있는데
거기 걸린 현판이 판전이라는 글씨다.
만년 추사秋史 김정희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