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또 하나의 생과

이별하고 있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장지葬地에 모여든 사람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천막 안에 앉거나 서서

급하게 차려진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겼고

 

생계를 책임진 한 가장家長

심술 난 바람에 천막 폴대를

굳게 잡고는 놓지 않았다

 

여느 해처럼 그렇듯

주변에선 마른 도깨비바늘들이

스치는 옷깃에 달라붙어

다시 시작할 곳을 찾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비록 스산하지만

머지않아 봄은 찾아들 것이고

그러면 이곳에도 새싹은 돋고

이름 모를 들꽃도 피어나겠다


나싱그리가 쓴 '장지葬地에서'란 작품이다.

이별하는 슬픔은 잠깐이다.

유족이 아니면 더 그럴 것이다.

장지에서조차 삶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자연은 우리에게 지혜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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